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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전교인 수련회를 기다리면서(2014년 8월 3일) 조회수 : 1131
  작성자 : 하남은광 작성일 : 2014-08-29

지난 주 토요일 새벽이었다. 누나를 위하여 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오늘은 누님을 만나 뵈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간절했다. 누나는 칠남매 자녀를 둔 어머니다. 일평생 자녀를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다 쏟은 분이다. 중년에 나의 간절한 전도로 교회에 출석하였지만 지나치게 일 욕심이 많아 주일을 종종 빼먹는 분이었다. 목사 동생인 나는 누나에게 제발 주일성수를 잘하라고 부탁드렸지만 농촌의 일손은 항상 바쁘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점점무릎 관절이 아프다고 하셨다. 무릎관절을 제외하고는 신체적 기능은 팔순의 연세이지만 양호하여 걷지도 못하는 형편이면서도 고추밭과 사과밭 걱정을 가슴에 담은 체 요양병원에 입소하셨다.

자녀들이 칠남매라도 같이 살지 않는 독거노인이기에 조석으로 돌보아줄 자식도 며느리도 없어서 요양병원에 입소한 것이다. 자녀들도 각자 나름대로 삶의 길이 수월하지 않아 요양병원이 더 낫겠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것이다. 누나의 마음은 섭섭하기 그지없었다. 요양병원에 입소시켜 놓고 일 년이 지나도 찾아온 자식은 둘째 아들 뿐이요. 다른 놈들은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가 한 번 찾아와서 눈도장만 찍고 가기 때문이었다.

세월이 지날수록 노병으로 집요하게 통증이 더 심해져갔다. 허리통이 심했다. 이제는 요양사가 부축하지 않고는 한 발자국도 옮길 수가 없다. 자식들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자기들도 세상 살아가느라고 얼마나 힘들어 할까? 부질없는 어미구나 라고 생각도 했다. 차로 가면 30분 거리의 요양원이지만 나도 자주 가보지 못하여 늘 가슴이 아팠다. 그러던 중 지난 토요일은 마음먹고 누나를 찾아갔다. 하루 만이라도 동생 노릇 해 보자 하고 말이다. 휄체어를 차에 싣고 갔다. 토요일부터 월요일 오후 7시까지 외박 신청을 하고 그때까지 드실 약을 챙기어 누나의 마을로 갔다. 누나를 휄체어에 싣고 누나의 고추밭도 사과밭도 구경시켜 드렸다. 그리고 마을로 내려와서 당산나무 그늘에서 무더운 여름 더위를 피해 모여 있는 마을 사람들과 만났다. 집을 떠나 병원에 간지 꼬박 일 년 만에 휄체어를 타고 나타난 금반 댁(누나의 택호)을 보는 이웃 분들은 한 결 같이 안타까움 이었다. 형님 댁에도 찾아가 뵙고 저녁이 되어 우리 집에 도착했다. 요양원에서는 텔레비전도 옆 환자들 때문에 마음대로 못 본다고 말했다. 저녁을 드시고 늦게까지 텔레비전을 보시다가 잠이 드셨을 때 나는 주일설교준비를 하다가 거실로 나가서 거실에서 평안히 주무시는 누나의 모습을 확인하고 텔레비전을 꺼드렸다.

지난 토요일은 나에게 보람과 가치의 날이었다. 누나와 함께 고통을 나누는 날이었다. 그리고 즐거움도 함께 나누는 날이었다.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날이었다. 그 날 나의 하루 일정을 보시는 하나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는 날인 것을 가슴으로 느끼는 날이었다.

이번 전교인 수련의 날이 나로서는 목회자로서 마지막 수련회이다. 전교인이 다 함께 갔으면 좋겠다. 바쁜 일이 있는 사람도, 선약이 있는 사람도 다 제쳐 놓고 홀통 해수욕장으로 모이기를 권하고 싶다. 지난날의 겉옷을 벗어던지고 벌거벗은 체 함께 웃고 싶다. 그리고 시원한 바다 같은 주님의 사랑의 가슴 속에 푹 빠져들고 싶다. 그리고 나누고 싶다. 주 안에서 맺어진 영원한 형제자매임을 굳게 다짐하고 싶다. 세상은 자꾸만 거꾸로 가며, 메말라 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교회 안에도 나 홀로가 공동체를 무너뜨리려고 한다. 삼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우리 믿음의 사람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신앙으로 살아간다. 주님은 성부께 기도하실 때 우리가 하나된 것과 저들로 하나 되게 하소서라고 기도하셨다.

이천 십 사년 팔월 삼일

담임목사 손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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