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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설날의 추억 조회수 : 1527
  작성자 : 하남은광 작성일 : 2011-02-06

설날의 추억

 

설날이라고 명절의 이름을 붙인 유래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 유래설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새해가낯설다해서 설이라고 했답니다. 옛날 사람들이 새로 출발한 한해의 시작인 첫날이 조심스러워서 한 말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기를하루의 시작은 새벽에 있고 한 달의 시작은 초하루에 있다라는 말 속에 첫출발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둔 것같이 새해를 시작하여 첫날을낯설게여긴 것은 새해를 조심스럽게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이라는 말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희가 어렸을 때 들은 이야기 가운데 하나는 가난한 민초들이 명절을 만나 너무나 서러운 일이 많아서러웁다에서 나온 말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초들이 지난날 춥고 배고픈 시절에 명절을 맞이하게 되어 서러웠다는 것입니다. 손에 쥔 것도 없고, 몸에 걸친 것도 변변치 못하고, 집안에 모아둔 것 없는 빈궁함 중에 명절을 맞이한다는 것은 어느 시대든지 서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설날 아침이 되면 멘 먼저 인근 산소(조상님의 묘)부터 찾아 가서 성묘(묘에다 절하는 의식)를 다 마치고 난후 오전 10시 정도 되면 마을의 어르신들을 찾아가서 가가호호 방문하여 세배를 드렸습니다. 가는 집마다 떡국과 떡, 과자를 겸한 부침개 등 몇 접시를 담은 세배상이 차려져 나오는데 인절미나 가래떡을 찍어먹는 조청은 꿀맛보다 더 깊은 감칠맛이 있었습니다. 먹기는 하지만 가지고 나오지는 못하여 평소에 못 먹고 살던 시절이라 설날은 거의 집집마다 주는 대로 먹고 나오기가 일쑤였습니다. 늦은 오후 무렵이면 80여 호 되는 시골마을의 세배가 다 끝나게 됩니다. 어두움이 내리기전 동리에서 마당이 넓은 이장님 댁이나 반장님 댁에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서서히 걸궁놀이(사물놀이)를 준비하게 됩니다. 걸궁놀이(사물놀이)에 필요한 소품과 장비와 악기는 오래전부터 준비하여 마을 회관에 보관되어있기 때문에 훼손당한 일만 없으면 준비하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고깔 종이꽃과 꽹과리. 상쇠, , , 장고는 마을마다 한 벌씩(일정한 숫자에 맞추어)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럽게 전해 내려온 일정한 수순을 따라 굿판이 시작됩니다. 날씨가 추울 때라 모닥불을 가운데 피우고, 걸궁놀이(사물놀이) 패는 마당을 빙글빙글 돌면서 농악을 진행하면서 지신(地神)밟기를 시작했습니다. 장대 끝에 매달린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쓰인 비단 천 깃발이 모닥불에 비쳐지며 펄럭이면 운치를 한층 더해 주었습니다. 소고치는 무리는 청색 홍색 황색 천으로 둘러진 굿옷(가운)을 입고 리듬을 따라 춤을 추며 원형으로 돌면서 소고를 치며 껑충껑충 뛰며 마당을 맴돌게 됩니다. 그때 희뿌연 찹쌀  막걸리 동이가 마당모퉁이 감나무 밑에 안주상과 함께 입을 벌리고 있어, 마치 마시고 싶은 사람들은 마음껏 퍼마시라고 대기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밤에 굿판이 벌어진 집의 인심은 막걸리 통만큼 넉넉하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날에 액운들이 이 굿판을 통하여 다 물러가고 만복이 깃들인다는 굿판이기 때문입니다. 굿판이 지나가고 나면 서럽고 더러웠던 귀신의 작태들이 사라진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여 밤이 무르익어갈 때엔 닭 몇 마리가 목을 비틀려 떡국의 재료가 되고 온 마을은 축제의 기쁨으로 무르익어가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가가호호를 방문하여 지신(地神)을 밟는 걸궁놀이(사물놀이)가 시작됩니다. 굿패를 맞이한 가정 가정은 부엌, 마루, 측간(화장실), 행낭 채까지 구석구석 귀신몰이, 액운몰이를 합니다. 그리고 걸궁놀이(사물놀이) 패가 지나간 가정 가정은 감사와 수고의 대가로 금일봉을 굿패들에게 희사하게 됩니다. 이러한 돈은 한데 모아서 걸궁놀이(사물놀이)  장비보수와 새로 구입하는 악기 비용으로 사용되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걸궁놀이(사물놀이) 는 정월대보름날이 지나 길게는 일 개월을 마칠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이러한 시골 마을의 정초는 가난하여 서러운 시절이었지만 있는 데로 흥겹고 있는 데로 풍성했었습니다.

세월이 지나 시간과 공간을 훌쩍 뛰어넘은 오늘날은 풍요하다하나 시골이나 도시 모두가 메스미디어의 첨단화로 휴대폰이 소식을 전하고, 안방에서 전 세계의 뉴스를 시청할 수 있는 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놀이도 사라지고 세배풍속도 사라져 냉 냉함뿐입니다. 오늘날 스피드시대 우리들의 삶속에는 설날의 추억이 추억 속에서  중지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꼭 있어야 할 것은 위로 하나님을 경외하고, 이웃 어르신을 알아 공경하며, 이웃을 사랑하는 화목한 세상이 되는 것입니다.

                                            (이천 십일 년 이월 삼일 설날 아침에)

 

                              이천 십일 년 이월 육일

                                 담임목사 손 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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